CORBY

END. 날지 못하는 까마귀

KD_BO 2025. 2. 2. 20:44


자살 시도의 묘사가 나와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시점은 빌런 와해 후,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후의 일입니다.














































몇 번이고 그것에 이름을 불러댔다. 아마 이렇게 한다면 분명 귀찮아하면서 그것이 눈앞에 나타날 테니까



" 염소씨~ 이제는 나와주시겠습니까? "


" ... 자꾸 귀찮게 왜 불러! "



그것이 눈앞에 나타났다. 잔뜩 성난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 하하, 이쪽이 빌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마지막 잉크를 사용하게 해주시겠습니까? 소원은... 마지막으로 모든 색이 이쪽의 눈에 보이게 해달라는 소원입니다.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눈으로 무언가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의 눈은 색을 보지 못했다.

흑과 백.
그리고 회색.

타인들이 살아가는 색채가 가득한 세상과 다르게 이쪽이 살아가는 곳은 명도만이 남아있는 세상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타인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지만, 머리가 크면서부터 그것을 향유할 자격이 스스로에게 없다고 느껴졌다.

난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이 보는 세상을 볼 자격 따위 나에게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왔고, 영원히 그렇게 살아가려고 생각했었지만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결국 이렇게 아무에게도 쓸모가 있지 않은 자신 하나만이 세상 위에 서있었다.

이제는 나를 원하는 기관도, 내가 쓸모가 있을 곳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지막 정도는 쓸모없는 짐승도 인간의 흉내를 내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올라선 옥상 위에서 당신을 불러냈다.





" 쯧, 그딴 걸 마지막 소원이라고 얘기하는 거냐? "




그것이 미소 지어 보인다.




"  그깟 색 보는 게 뭐라고. 그것 참 지루하고 한심한 소원이네~ 그리고 들어주면서 어디 한번 마지막 가는 길 잘 감상해 보셔~! "





그리곤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는가 싶더니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끼익.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왔나 보네. 미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뒤에 도착한 당신에게 말을 걸었다.











빌런이 와해되거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공예사든, 치료사든 쓸모가 있을 나를 데리고 다닌다고 했었던가.








원래라면 당신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야 했다.
혼자서, 바람처럼 사라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당신에게만은 이런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당신이 점점 멀어진다.




색들이... 망막 속에 맺혀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뛰어내릴 거라면 난 당신을 왜 부른 걸까.





아, 그래.







내가 당신을 부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건... 각인이다.

당신이라는 사람이 텅 빈 안 속에 만들어낸 거부하지 못하는 낙인이다.




내가 당신에게 알리지 않고 떨어진다면, 당신은 아마
나에게 실망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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